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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3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및 여우주연상 수상작 <마리가 뭐 어때서>의 주연 마틸데 아르셀.
ⓒ 이선필
"2차 세계대전 직후 덴마크도 해방을 맞았는데 독일 나치에 협조적이었던 덴마크 여성들을 '독일여성(tyskerpiger, 독일군과 교제했다는 이유로 낙인찍힌 여성들을 뜻하는 비속어)'이라 불렀다고 학교에서 간단하게나마 배운 기억이 있다."
독일 나치군의 。령에 맞서지 못한 시민들을 우린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특히 전쟁과 .령을 겪은 여성들의 선택을 우리는 어디까지 이해하고, 무엇을 근거로 판단할 수 있을까. 제83회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영화 <마리가 뭐 어때서>는 꽤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해방 직후 덴마크 코펜하겐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부유한 사업가와 결혼을 앞둔 마리(마틸데 아르셀)의 내적 갈등을 따라간다. 부역자 척결이라는 명목으로 나치와 관계가 있던 여성들을 공개적으로 발가벗기고 머리를 미는 등의 폭력을 묘사함으로써 이래저래 학대당하는 여성의 현실을 제시한다. 덴마크, 스웨덴, 라트비아 합작으로 마이 엘투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단절되지 않고 전해진 트라우마
마리를 연기한 마틸데 아르셀은 첫 장편영화 주연작으로 제83회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인 볼피컵을 받았다. 황금사자상 수상작의 배우에게 연기상을 함께 주려면 심사위원 전원의 찬성이 필요한데, 아르셀은 그 예외 규정에 따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 11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아르셀은 마리를 연기하며 "집안 여성들에게 전해 들은 기억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영화는 해방 이후에도 불신과 폭력이 이어지는 코펜하겐의 풍경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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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 사이에서도 밀고가 벌어지고, 누군가는 남몰래 끌려가 모진 폭력을 당한다. 마리 또한 자신의 과거를 숨기기 위해 살얼음판을 걷듯 처세한다. 자신의 과거를 아는 옛 친구의 겁박에 큰 위기를 맞기도 한다. 마리의 불안을 몸으로 표현하기 위해 아르셀은 촬영 전 달리기 등으로 심박수를 높이고, 촬영 중에는 숨을 참아가며 연기했다고 한다.
"어려운 장면이 많아 촬영 전 3주간 리허설을 했다. 저로선 처음 경험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감독님과 깊게 얘기 나눴는데 영감을 많이 받기도 했다. 사실 제가 연기학교 졸업 후에 감독님 작업을 하고 싶어서 먼저 연락을 드린 적이 있는데 몇 년이 지나서 이번 작품에 오디션을 보라고 해주신 것이다. 처음 설명에선 모델 같은 주부라는 캐릭터라고 하여 나랑 맞지 않구나 싶었는데 감독님과 얘기하며 할 수 있겠다 싶었다."
▲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 부문에 초청된 <마리가 뭐 어때서>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아르셀은 세 차례의 오디션을 거쳐 합류했으며, 이후 시나리오도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초기 시나리오에서는 마리 곁에 친한 친구가 있었지만, 이후에는 의지할 사람 없이 고립된 인물로 설정이 바뀌었다. 마틸데 아르셀은 "직접 그녀의 배경을 조사하고 어떤 사람인지 창조해가는 과정을 겪었다"고 말했다.
"제 할머니께서 2차 대전 이야길 종종 해주셨는데 그때마다 빠지지 않는 게 해방 후 길거리로 끌려와 머리가 밀리는 이들의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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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근처 이웃이었다더라. 가만히 무릎 꿇고 우는 여자, 큰소리 내며 항의하는 여자 등을 보며 충격을 받으셨다고 했다."
아르셀에 따르면 외할머니는 세대 간 트라우마를 연구한 심리학자였고, 증조할머니는 그리스에서 덴마크로 이주한 이민자였다. 아르셀은 어린 시절부터 집안 여성들의 상처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고, 그 기억과 감정을 마리의 캐릭터에 녹였다고 했다.
"개인의 선택 통해 다른 관。 제시해"
.령기에 맺은 관계와 개인의 선택을 해방 이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한국 국민에게도 낯설지 않은 질문이다. 마리의 처지를 한국의 친일 협력 문제와 곧바로 등치하기에는 두 나라의 역사적 맥락과 개인이 처한 조건이 다르지만, 개인의 선택을 두고 큰 논쟁이 벌어지는 건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이런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 덴마크에서도 논쟁적으로 받아들여지는지 묻자 마틸데 아르셀은 "덴마크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오래 전 얘기가 아니고, 제가 덴마크 일반 시민들을 대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사실에 제 입장을 쉽게 말하긴 어렵지만, 마리라는 인물을 통해 복잡한 상황을 보여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것 중 하나가 논쟁적 주제를 던지면서도 마리와 마리가 처한 상황의 복잡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한 명의 감정과 입장을 통해 역사를 다른 관。으로 볼 수 있게 한다는 게 굉장히 흥미로웠다. 동시에 이건 여성 개인과 신체에 대한 영화다. 그 신체가 학대당하는 표현을 두고 지난 한 달간 생각이 많았다. 저 또한 처음 국제영화제를 다니고 상을 받으며 스스로가 어떻게 보일지, 남들이 날 어떻게 볼지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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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카펫 행사는 특히나 외형에 집중하잖나. 마치 다중 인격처럼 제 모습이 달라지는 것 같더라. 여기에 대해선 밤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덴마크의 복지 제도, 사회적 안전망
▲ 제83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및 여우주연상 수상작 <마리가 뭐 어때서>의 주연 마틸데 아르셀.
ⓒ 이선필
아르셀의 아버지는 무대예술 연출가이고, 어머니는 배우다. 외삼촌 또한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유년 시절부터 이런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창작자의 꿈을 꿨을 법하다는 질문에 그는 "전부 나의 선택이었다"며 재치 있게 웃으며 답했다.
"확실한 건 가족에게 긍정적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엄마가 소극장 공연을 하실 때마다 따라다녔다. 그때마다 호텔에서 혼자 영화를 보던 기억이 있고, 아빠를 따라 마법과도 같은 극장에 함께 출근한 경험도 있다. 제가 연극을 굉장히 좋아해 무대 경험도 많이 하려 했다. 이번 영화가 연극과도 비슷했던 게 마리의 집이 세트장이었거든. 그 안에 들어가면 마치 무대에 오른 기분이 들었다."
한편 아르셀은 베니스영화제에서 작품을 선보인 뒤, 여우주연상을 받기 전 덴마크로 돌아가 구직센터 면담에 참석한 사실로도 화제를 모았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함이었는데 이에 대해 그는 "덴마크에선 아티스트들이 작품 활동이 없을 때 급여를 주는데, 이미 신청은 한 상태였고 면담을 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해당 제도는 다우펭에(dagpenge)로 불린다. 실업보험기금 가입과 소득 요건, 구직 등록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한 실업자의 소득 공백을 메우는 일종의 사회안전망이다.
마틸데 아르셀은 "덴마크에선 일반적인 제도로 많은 예술가들이 소득의 불안정성을 이런 식으로 보전받는다"고 덧붙였다.
리의 불안을 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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