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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문화관광재단이 오는 27일부터 11월 8일까지 밀양아리랑아트센터 제1·2전시실에서 정선 박용국 스님의 기획초대전을 연다. 사진은 전시 홍보물. 밀양문화관광재단 제공
정선 박용국 스님의 문인화 작품. 밀양문화관광재단 제공
정선 박용국 스님의 문인화 '비파'와 '대나무'. 밀양문화관광재단 제공
한 획을 긋고 한 .의 먹을 놓는 일이 곧 마음을 닦는 수행이 된다. 오랜 수행을 통해 다져온 정신세계를 서예와 문인화로 펼쳐온 정선 박용국 스님이 붓끝에 담아낸 '선묵일여(禪墨一如)'의 세계를 선보인다.
박용국 스님의 기획초대전은 27일 오후 3시 개막행사를 시작으로 11월 8일까지 밀양아리랑아트센터 제1·2전시실에서 열린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이어 11월 11~16일 부산 영광도서 갤러리로 자리를 옮겨 관람객과 만난다.
이번 전시는 출가 수행자로서 쌓아온 정신세계와 오랜 시간 연마한 서예·문인화를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자리다. 글씨와 그림을 별개의 장르로 구분하기보다 붓을 통한 수행이라는 하나의 흐름으로 풀어내며 예술과 수행이 맞닿는 지.을 보여준다.
경남 밀양 출신인 박 스님은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했으며 운영위원과 심사위원, 위원장 등을 지냈다. 출가 이후 참선과 교학을 이어가는 동시에 서예와 문인화를 꾸준히 연마하며 자신만의 필묵 세계를 구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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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구 길상사에서 수행과 포교에 힘쓰는 한편 서화 창작과 후학 지도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핵심은 '선묵일여'다. 선(禪)과 먹(墨)이 둘이 아니라는 의미처럼 박 스님에게 붓을 잡는 일은 단순히 글자를 쓰거나 사물의 모습을 화폭에 옮기는 작업에 머물지 않는다. 마음을 비우고 번뇌를 내려놓으며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수행의 과정이자 자연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정신적 실천에 가깝다.
이 같은 작품세계는 문인화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화면에는 대나무와 난초, 매화, 비파 등 전통 문인화에서 즐겨 다뤄온 자연의 소재가 등장하지만 사실적인 묘사보다는 대상이 지닌 기운과 정신을 포착하는 데 무게가 실린다.
먹을 짙게 쌓아 올리는 부분과 물기가 번져나가는 부분, 단숨에 그어낸 듯한 선이 한 화면에서 어우러진다. 가지와 잎은 때로 거칠고 빠르게 뻗어나가고, 때로는 힘을 거둔 가느다란 선으로 남는다. 화면 곳곳에 넓게 남겨둔 여백 역시 하나의 조형 요소로 작용한다.
대나무를 그린 작품에서는 굵직하게 뻗은 줄기와 사방으로 흩어지는 잎을 먹의 농담만으로 표현해 강인한 생명력을 드러낸다. 비파와 조롱박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는 검은 먹 사이로 황갈색 열매가 놓이면서 절제된 화면에 따뜻한 생기를 더한다. 붉은 꽃과 먹빛 잎이 대비되는 작품에서는 전통적인 소재를 자유로운 필치와 강한 색채 대비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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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화면을 따라 대나무가 길게 이어지는 작품처럼 화폭의 형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정형화된 구도에 대상을 채워 넣기보다 빈 공간과 먹의 움직임을 함께 활용하면서 각각의 소재가 지닌 성격을 드러낸다.
서예에서도 박 스님의 필치는 자유롭다. 정제된 획을 반복하기보다 붓의 속도와 강약을 그대로 살려 글자에 리듬을 부여한다. 특히 활달한 행초서가 문인화와 한 화면에 놓인 작품에서는 글씨와 그림의 경계가 흐려진다. 그림이 글씨처럼 움직이고, 글씨가 그림의 일부처럼 화면에 자리하면서 하나의 호흡을 만들어낸다.
이는 대상의 겉모습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 최소한의 선과 먹으로 그 대상이 지닌 본질과 작가 자신의 정신을 드러내려 했던 전통 문인화의 미학과도 맞닿아 있다. 몇 차례의 붓질과 먹의 번짐, 그리고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여백이 서로 호응하면서 작품을 완성한다.
박 스님에게 이러한 '비움'은 조형적 기법인 동시에 수행의 태도다. 화면을 가득 메우지 않고 남겨둔 공간은 관람객에게도 각자의 생각을 채울 여지를 건넨다. 화려한 색채나 세밀한 묘사보다는 한 획의 힘과 먹의 농담에 집중하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선을 늦추고 작품 앞에 머물도록 한다.
이번 전시는 전통 서화가 지닌 형식미를 감상하는 데서 나아가 한 수행자가 오랜 시간 붓과 먹을 통해 쌓아온 정신의 궤적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참선과 필묵, 비움과 채움이 한 화면 안에서 만나면서 서예와 문인화가 수행자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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