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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버튼을 누르면 첫 곡부터 순서대로, 끝까지 들어야만 한다. 다음 곡으로 건너뛰는 기능은 없다. 지난달 래퍼 김심야가 발표한 솔로 2집 ‘도그마’의 한정판은 포장을 풀면 CD 대신 건너뛰기 기능을 일부러 없앤 전용 재생기가 나온다. 음악은 여기에 내장되어 있다. 김심야는 이번 음반과 함께 수록곡 10곡을 통째 이어붙인 26분짜리 뮤직비디오도 공개했다. 박찬욱 감독의 동생이자 미술가 겸 영화 감독인 박찬경 작가가 연출을 맡았다. 반면 수록곡을 골라 들을 수 있는 스트리밍 음원 플랫폼에는 음반과는 다른 편곡의 음원들을 공개했다.
첫 곡부터 끝 곡까지 순서대로 들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이 음반에 미국 유명 평론 매체 피치포크는 7.7。을 줬다. 그동안 이 매체에서 리뷰한 한국 힙합 음반 중 최고。이다. 김심야는 본지에 “앨범 전용 재생기는 명상용 소리를 반복 재생하는 ‘부다 머신’에서 착안한 것”이라며 “요즘 음악을 들으면 자꾸 중도에 건너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게 명상 중 자꾸만 몸을 움직이고 싶어지는 。과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수십 초짜리 쇼츠가 익숙한 시대에 긴 호흡의 감상을 권하는 ‘롱폼 음악’이 주목받고 있다. 앨범 전곡을 한 편의 영상으로 엮거나 한 곡을 길게 늘이는 형태로 작품에 오래 머물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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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츠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과거에 비해 곡의 길이가 짧아지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긴 호흡의 음악을 소구하는 움직임이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수 장기하는 지난 8월 첫 솔로 정규 앨범 ‘산산조각’의 청취 장소를 영화관으로 정했다. 그는 이 음반에 나오는 9곡을 전부 묶은 동명의 단편 영화 ‘산산조각’을 음반 발매보다 앞서 CGV에서 개봉했다. 작곡도 평소와 전혀 다른 방법을 썼다. 자신이 쓴 시 한 편을 바탕으로 33분짜리 무성영화를 먼저 만든 뒤, 여기에 맞춰 아홉 곡을 쓴 것이다. 장기하는 영화 개봉 당시 GV(관객과의 대화)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가수 류수정은 지난달 출시한 미니 4집 ‘올 더 컬러스 아이 앰’의 여섯 곡 뮤직비디오를 이어붙인 15분 5초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자신의 20대를 돌아보고, 30대를 맞는 과정을 그린 개별 곡들을 이 영상을 통해 순서대로 감상해야만 앨범 전체의 서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 곡 자체의 길이를 늘려 집중도를 높인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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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혁오’는 지난 8월 8분 26초에 달하는 신곡 ‘콕(KoK)’을 발매했다. “성취의 정。에서 마주하는 역설적 고독과 일상을 버텨내는 이들의 열망을 긴 호흡으로 응시한 곡”이란 설명이 붙었다. 최근 유행하는 아이돌 노래들이 숏폼 챌린지 영상 홍보의 영향으로 2분 안팎으로까지 짧아진 데 비하면 이례적인 긴 길이다.
해외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긴 호흡으로 음악을 듣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포스트록 밴드 ‘윈터 앳 시’는 혁오보다도 긴 20분 43초짜리 노래 ‘하츠’(Hearts) 단 한 곡만 실린 EP(미니 앨범)를 발매했다. 교향곡처럼 5악장으로 구성된 이 노래는 현지 평단에서 “올해 최고의 포스트록”이란 호평을 받았다. ‘브랫(Brat)’으로 유명한 영국 팝스타 찰리 XCX는 지난 7월 정규 8집 ‘뮤직, 패션, 필름(Music, Fashion, Film)’의 전곡 11개를 엮어 42분짜리 앨범 영화로 공개했다.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 출신 음악가 존 케일, 패션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등 자신이 존경한 인물들을 한데 모아 촬영한 사진을 표지로 쓴 이 앨범의 전곡을 제작기 영상과 함께 듣도록 한 것이다.
롱폼 감상을 위해 앨범 청음회 환경 자체를 바꾸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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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싱어송라이터 피비 브리저스는 지난 8월 신보 ‘로스트 위켄드’(Lost Weekend) 발매에 맞춰 세계 40곳 이상의 천체투영관에서 앨범 전곡을 듣는 감상회를 열었다. 반구형(돔 형태) 스크린에서 밤하늘의 별자리와 행성 등 우주 영상을 보는 시설에서 음악 감상회를 연 것. 음악을 듣는 동안 휴대전화, 스마트워치, 촬영 기기 등을 잠금 장치가 달린 주머니에 넣고 봉인해 오로지 곡에만 집중하게 했다. 지난달 20일 영국 브리스틀 천체투영관에서 열린 스티비 원더의 명반 ‘송스 인 더 키 오브 라이프’ 발매 50주년 감상회는 아예 내부를 암전시켰다. 115분 동안 앨범 전곡이 흐르는 가운데,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음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대도 제공했다.
이 같은 시도들이 최근 스트리밍 대신 실물 음반을 직접 소장하는 움직임이 급증하는 현상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3월 국제음반산업협회(IFPI)는 지난해 세계 바이닐(LP) 매출이 전년보다 13.7% 늘어 19년 연속 성장했다고 밝혔다. 같은 해 세계 음반 산업 매출의 69.6%를 스트리밍이 차지하긴 했지만, 유료 구독 스트리밍이 8.8% 증가한 것에 비해 바이닐 소장 욕구는 더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최근 롱폼 음악이 극장 상영이나 감상회로 이어지는 건 중간에 멈추기 어려운 반쯤 강제적인 환경을 통해서라도 숏폼 시대에 약해진 몰입감과 음악을 진지하게 감상하는 태도를 되찾으려는 욕구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했다.
에는 음반과는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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